저희 아기가 이가 나기 시작하거든요
♥♥양해를 구하는 인사♥♥
13평짜리 자그만 아파트에 단란한 가족이 이사를 왔습니다. 아이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와 아빠는 부지런히 짐을 날랐습니다.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짐을 다 들인 부부는 한시름 놓을 무렵, 젊은 엄마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이를 업은 채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집주인에게 무언가 한참동안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얘기가 끝나면 집주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시장에 다녀오던 한 아주머니는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흘깃 쳐다보면 지나갔습니다. 잠시 후 그 아주머니의 집에도 어김없이 젊은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이사 온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저희 아기가 이가 나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밤이면 이가 가렵고 아픈지 막 울어댄답니다. 혹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깨시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얼마동안 만요.”
이제야 알겠다는 뜻의 표정을 지으며 아주머니는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하려고 이 추운 날 집집마다 방문하고 다니는 거예요?? 새댁도 참……”
젊은 엄마는 고맙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날 깊은 밤에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파트 단지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웬 아이 울음소리지?” 남편이 부스럭거리며 잠에서 깨어나자 아주머니는 얼른 말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옆 집 아기예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인데 벌써 이가 난다지 뭐예요? 아기의 이가 다 날 때까지만 우리 참아요.”
아기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잠을 깨웠다며 화를 내며 아기 엄마의 집으로 쫓아와 항의를 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인사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반대로 일이 터지고 양해를 구하면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얼굴을 찌푸리고 화를 참기가 어려워집니다. 먼저 양해를 구하는 인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화를 내지 못하는 법입니다. 우리는 먼저 양해를 구하는 인사에 인색한 편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먼저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료에게 상대한데 불편을 줄 일이 예상 될 때는 양해를 구하는 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