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돈(査頓)의 어원
사돈(査頓)이라는 말은 고려 예종(재위1105~1122)때 명장 윤관(尹瓘/1040~1111)과 문신 오연총(吳延寵/1055~1116)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1107년(예종2)에 윤관이 원수(元帥)가 되고, 오연총이 부원수가 되어 17만 대병을 이끌고 여진족을 정벌하였다.
이 전쟁에서 큰 전공을 세우고 9개 성을 쌓고 재침을 평정한 다음 개선하였다.그 공로로 윤관은 문하시중(門下侍中)이 되고 오연총은 참지정사(參知政事)가 되었다.
두 사람은 지금의 길주인 웅주성(雄州城) 최전선에서 생사를 같이 할 만큼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자녀를 결혼까지 시켜 사돈관계를 맺게 되었고 함께 대신의 지위에도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관직에서 물러나 고령에 들어서는 시내를 가운데 두고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 종종 만나 고생하던 회포를 주고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윤관댁에서 술을 담갔는데 잘 익어서 오연총과 한 잔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술을 지워 오연총 집을 방문하려고 가던 중 냇가에 당도했는데 갑자기 내린 비로 물이 불어 건널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 냇물 건너편에서 오연총도 하인에게 무엇을 지워 가지고 오다가 윤관이 물가에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물었다.
“대감, 어디를 가시려는 중이오?”
“술이 잘 익어 대감과 한 잔 나누려고 나섰는데 물이 많아서 이렇게 서 있는 중이오.”
오연총도 마침 잘 익은 술을 가지고 윤관을 방문하려던 참이었다.피차 술을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 환담을 주고 받다가 오연총이 윤관에게 말했다.
“잠시 정담을 나누기는 했지만 술을 한 잔 나누지 못하는 것이 정말 유감이군요”
이에 윤관이 웃으며 오연총을 향해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내가 가지고 온 술은 대감이 가지고 온 술로 알고, 대감이 가지고 온 술 또한 내가 가지고 온 술로 아시고 ‘한 잔 합시다’ 하고 권하면 역시 ‘한 잔 듭시다’ 하면서 술을 마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연총도 그 말에 흔쾌히 찬동했다.
이렇게 해서 나무 등걸[査]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편에서 ‘한 잔 드시오’하며 한 잔 들고 머리를 숙이면[頓首] 저편에서 ‘한 잔 드시오’하고 머리를 숙이면서 반복하기를 거듭하여 가져간 술을 다 마시고 돌아 왔다.
이 일이 조정의 고관대작들에게 풍류화병(風流畵屛/멋진 이야기거리)으로 알려져서 그 후 서로 자녀를 혼인시키는 것을 우리 사돈(査頓/ 나무 등거리에 앉아 머리 숙이며 술이나 마시자) 맺기 라는 말로 회자되었다.
오늘날의 사돈(혼인한 집 부모가 서로 부르는 존칭)이 바로 여기서 기원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