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을 때♡♡

어느 대학교 교수님의 글입니다.

그는 십여 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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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한 사람 잃고 나니,
남은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고만이고, ‘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를 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이란 이젠 하지 말기오.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오.

돈도 마찬가지요.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 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 조각에 자나지 않는다오.

하니
흥청망청 쓰기요.
뭘 걱정 해?
지갑이란 비워야 한다오.
비워야 또 돈이 들어 오지.
차 있는 그릇에 무얼 더 담을 수 있겠소?
그릇이란 비워 있을 때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오.

지금도
저금하고 보험 들고 증권 하시오?,
이젠 제발 그따위 어리석은 짓이란
제발 하지 말기오.
지금은 가입한 모든 것 찾아내어
부지런히 써야 할 때요.
그러려고 80평생을
그토록 참고 또 참고 아껴오지 않았소!
뭘 또 더 참아야 하리까!
이젠 더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 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 말고 걸신 들린듯이 사먹고,
가고 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 말고 바람난 것처럼 가고,
사고 싶은 거 있거들랑
명품, 하품 가릴 것 없이 당장 사시오.
앞으론 다시 그렇게 못한다오.
다시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거들랑
당장 전화로 불러내 국수라도 걸치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 마음껏 하시오.
그 사람,
살아서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른다오.

한 때는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던
당신의 배우자,
그 사람 분명 언젠가 당신 곁을 떠날거요.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오.
떠나고 나면 ‘아차’하고 후회하는 한 가지,
“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못한 거
그 가슴 저려내는 아픔,
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거요!
엎질러 진 물 어이 다시 담겠소?

지금 당장
양말 한 짝이라도 사서
손에 쥐어주고 고맙다 말하시오.
입을 해해 벌리고 좋아하거들랑
벌커덩 안고 입이라도 맞추시오.
그 쉬운 그것도
다시는 곧 못 하게 된다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시오.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 받아드리시오.
우주 만물이란 서로 다 다른 것,
그 사람인들 어찌 나하고 같으리까?
처음부터 달랐지만 그걸알고도 그렁저렁 지금까지 같이 산 거 아니오?

그동안
그만큼이나 같아졌으면 되었지
뭘 또 더 이상 같아지란 말이오?.
이젠 그대로 멋대로 두시오.

나는
내 그림자를 잃던 날
내일부턴 지구도 돌지 않고
태양도 뜨지 않을 줄 알았다오.
그러기를 벌서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매주 산소에 가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 잔에
커피를 타 놓고 차디찬 돌에 입을
맞추고 돌아온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이 짓밖에 없다오.
어리석다고, 부질없다고,
미친 짓이라고 욕해도 난 어쩔 수 없다오.

제발 나같이 되지 마시오.
이것이 곧 당신들의 모습이니
“살아있을 때” 라는
공자도 못한 천하의 명언을
부디 실천하기 바라오.

지금 당장
넌지시 손이라고 잡고 뺨을 비비면서
귓속말로 “고맙다”고 하시오.
안하던 짓 한다고 뿌리치거들랑
“허허”하고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어 주시오.

이것이
당신들께 하고픈
나의 소박하고 간곡한 권고이니,
절대로 흘려듣지 말고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 끝나버릴 남은 세월
부디 즐겁게 살기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