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은 하토야마 일본 前 총리, 합천 찾아가 원폭 피해자에 사죄
일본 정계 내 대표 지한파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3일 경남 합천을 찾아 원폭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전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있는 위령각을 참배했다.
합천에는 국내 원폭 피해 생존자 2천여명 가운데 가장 많은 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현직은 아니지만 총리를 지낸 일본 고위 인사가 국내 원폭 피해자 위령각을 참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위령각 참배를 마친 뒤 복지회관 2층에 있는 피해자 30여명을 직접 만났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안녕하세요. 하토야마 유키오라고 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한 뒤 일본어로 “식민지와 미국 원폭 투하에 의한 이중 피해자인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일본 정부가 제대로 배상이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상당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2·3세 분들도 피해를 많이 봤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여러분들 고민을 들으며 여러분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후 의자에 앉아 있는 고령의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일일이 위로를 전했다.
그는 복지회관 방명록에는 “우애의 마음으로 원폭 피해자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남겼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합천 원폭 자료관을 방문한 데 이어 원폭 2세 환우 쉼터인 합천 평화의집도 찾았다. 그는 합천 평화의집에서 “일본에서 피폭자 후손 문제에 대해 질의했지만 법 정비가 안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현직에 있지 않아 제약이 있지만 가능한 대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